다치바나 다카시, <암, 생과 사의 수수께끼에 도전하다>, 청어람미디어, 2012.
"암을 규명하려는 노력이 그렇게 오랜 세월에 걸쳐 방대하게 축적되어 왔는데도, 왜 암을 극복하는 길은 전혀 보이지 않는 겁니까?" 와인버거 박사는 거대한 경로 지도를 보여주면서 명쾌하게 설명했습니다. 암이 생겨나는 세포의 세계는 상상 이상으로 복잡해서 무수한 생명분자가 서로 뒤얽힌 상태에서 신호를 주고받습니다. 그것은 차라리 하나의 우주라고 해도 좋을 만큼 복잡한 세계라서, 그 전모는 아직도 밝혀내지 못하고(그래서 암 세계를 여전히 잘 모르는 것이다) 있습니다. 그리고 복잡기괴한 경로 지도가 해명되면서 비로소 암유전자의 어떤 기능이 세포 증식을 멈추지 않게 하는지도 해명됐습니다. 항암제의 기능과 나아가 항암제는 왜 금방 약효가 떨어지는지(우회로가 생기고 만다)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곧 새로운 유형의 항암제(분자표적약)는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도 알게 될 거라고 했습니다.(54)

NHK스페셜에서 와인버거 박사의 패스웨이 지도를 입체적인 CG로 표현하여 다양한 생체신호분자가 서로 교차하며 오가는 모습을 보여주어 암세포가 살아가는 세계가 거의 하나의 우주와 같은 복잡한 세계라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대목은 프로그램에서 가장 힘주어 표현한 장면이었고, 가장 전하고 싶었던 내용입니다. 암이 살아가는 세계를 그런 이미지로 포착할 수 있는가의 여부가 암 세계를 본질적으로 이해할 수 있느냐의 여부를 결정짓습니다. ... 방송에서도 분자표적약에 대한 설명으로 "분자표적약은 패스웨이의 입구나 마디를 막습니다. 그래서 패스웨이의 스위치를 누루는 물질이 결합하는 것을 막는 겁니다"라는 내레이션이 나옵니다. 이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방송에서는 생체 속을 오가는 신호를 패스웨이 지도에 마치 신경계를 달리는 전기 신호처럼 표현했지만, 현실은 전혀 다릅니다. 실제 과정은 세포들이 전부 잠겨 있는 세포간액이라는 풀Pool 속에서 일어납니다. 거기에는 무수한 생체 신호 물질이 분자 형태로 떠 있습니다. 그것은 작은 단백질 조각인데, 일반적으로 '인자'라 불리는 분자량이 작은 조각입니다. 세포 표면에는 수용체(리셉터Receptor)라 불리는 단백질 조각이 세포막에 절반쯤 묻힌 형태로 머리를 내밀고 있습니다. 세포간액 속에 있는 신호 분자는 굉장한 기세로 끊임없이 열운동을 하므로 세포막에 수없이 부딪힙니다. 신호 분자와 수용체는 열쇠와 열쇠 구멍의 관계여서, 구멍에 꼭 맞는 상대가 오면 즉시 찰칵, 하고 결합합니다. 열쇠가 열쇠 구멍에 결합되면 즉시 생체 신호가 세포 속으로 흘러가 일련의 연쇄 반응이 일어납니다. 생체 속에서 일어나는 생화학 현상의 기본은 '인자와 그 수용체'가 열쇠와 열쇠 구멍처럼 결합함으로써, 일련의 생화화적 연쇄반응에 스위치를 켜는 현상에 있습니다. 패스웨이 지도에 나오는 패스웨이 한 가닥 한 가닥에 열쇠와 열쇠 구멍이라는 스위치가 여러 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열쇠와 열쇠 구멍들이 전부 정밀한 1대1 대응의 관계에 있느냐는 것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부작용 문제는 일어나지 않지만, 열쇠 하나에 두 개 이상의 열쇠 구멍이 열린다면(혹은 둘 이상의 열쇠로 열리는 열쇠 구멍이라면),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겠지요. 실제로 그렇습니다. 복수의 열쇠 구멍에 맞는 열쇠도 있고 여러 열쇠에 열리는 열쇠 구멍도 있으므로, 분자표적약 분야에서 생각지 못한 부작용이 일어납니다. 이를 다양한 과정을 통해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손발이 저리다거나 발진이 나타나거나 하는 정도의 부작용이라면 그나마 좋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부작용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150~153)
by bluemoses | 2016/08/26 13:47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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