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환, <초등 1학년 공부, 책읽기가 전부다>, 예담, 2013.
13. 공부는 책읽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어디 공부뿐이겠는가? 책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대체로 심성이 곱다. 책을 읽다 보면 자꾸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고 감성이 풍부해지며 인성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책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친구 관계도 원만하다. 사고의 폭이 넓고 깊으며 입장을 바꿔서 생각할 줄 알기 때문이다.

20-21. 누군가 필자에게 "초등학교 1학년이 왜 중요한가?"라고 묻는다면 서슴없이 이렇게 답할 것이다. "초등학교 1학년은 자아정체성이 형성되는 결정적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중략) 초등학교 입학 전에는 부모에 의해 자아정체성이 형성된다면 입학 후에는 교사에 의해 형성된다. 교사가 아이를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아이의 자아정체성은 긍정적으로 형성될 수도 있고, 부정적으로 형성될 수도 있다. 특히, 초등학교 1학년 때 선생님이 어떻게 보느냐는 아이의 자아정체성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1학년 때 선생님이 어떤 아이를 문제아라고 보면 이 아이에게는 6학년 때까지 문제아라는 딱지가 붙어 다닌다. 반대로 1학년 때 선생님이 어떤 아이를 모범생으로 보면 그 아이는 다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졸업할 때 빛나는 졸업장을 받는다. 이처럼 어느 특정한 시기에 어떤 꼬리표를 붙이느냐에 따라 그 이후의 삶이 달라지는 것을 '낙인 이론Labeling Theory'이라고 한다. 낙인 이론은 1960년대 미국에서 등장한 이론으로 사회가 어떤 구성원에게 꼬리표를 붙이는 행위를 뜻한다.

22-23. 대개의 아이들은 어휘력이 부족하고 지나친 선행학습을 하는 바람에 수업시간에 산만해진다. 어휘력이 부족한 아니는 일단 교과서를 읽어도 무슨 말인지 잘 이해하지 못한다. 모르는 어휘가 많이 나오는 교과서가 재미있을 리 없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교과서를 멀리하게 된다. 수업은 교과서 중심으로 진행되는데 교과서가 싫어지니 자꾸 교사에게 지적을 받게 된다. 좋지 않은 낙인이 자꾸 찍히는 것이다. 또한 이런 아이는 교사의 설명도 잘 이해하지 못한다. 교사가 열 마디를 하면 아홉 마디는 이해해야 하는데 예닐곱 마디밖에 이해하지 못한다. 부모 마음 같아서는 이해를 못하니 더 귀를 기울여서 들었으면 좋겠는데 아이 입장에서는 들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니 딴 짓을 할 수밖에 없다. 교사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니 교사가 지시한 대로 활동을 할 수도 없다. 그러다가 본의 아니게 엉뚱한 짓을 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교사에게 자꾸 지적을 당하면서 좋지 않은 낙인이 찍힌다. (중략) 선행학습을 열심히 하고 들어온 아이들은 대채 학년 초에 반짝하다가 만다. 지적 호기심이 채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는 굉장히 신기한 곳인 줄만 알았는데, 자기가 아는 것만 가르치는 별 볼일 없고 따분한 곳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미 자기가 다 아는 내용만 배우다 보니 수업시간이 전혀 흥미롭지 않다.

24. 수업 시간에 산만한 태도만큼이나 교사한테 좋지 않은 낙인이 찍히는 건 기본 생활 습관이 엉망인 경우이다. 교사 입장에서는 1학년 아이가 인사를 잘하고, 자기 자리 정돈을 잘하며, 밥만 잘 먹어도 예쁘기만 하다. 하지만 이런 기본 생활 습관이 제대로 든 아이는 몇 명 되지 않는다.

26. 명심보감 '성심편'(省心篇)에 다음 구절이 나온다. "하늘은 복 없는 사람을 내지 않고, 땅은 이름 없는 풀을 기르지 않는다."

29-31. 사람의 키는 아무 때나 자라지 않는다. ... 어휘력도 마찬가지이다. ... 어휘력이 폭발적으로 느는 시기가 있다. 바로 초등학교 시절이다. 캐나다의 언어학자 펜필드Wilder Penfield는 '결정적 시기 이론Critical Period Theory'을 주장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동기는 생애 중에서 어휘 습득이 가장 왕성한 시기이다. 이때 습득한 어휘는 성인이 되어 원활한 독서와 청취는 물론이고, 생각과 의사를 글로 쓰고 말로 표현하는데 사용된다. 아동기 이후 어휘 습득은 생물학적 제약을 받아 둔화된다. 따라서 어휘량이 풍부하고 좋은 어휘를 사용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는 아동기 독서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펜필드의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해줄 만한 자료로는 일본의 교육 심리학자 사카모토 이치로阪本一郞의 '아동 및 청년의 어휘량 발달표'를 참고할 만하다. 이 표에 의하면 태어나면서부터 7세까지 어휘량의 증가 속도는 한 해에 500단어 내외 정도이다. 하지만 초등학교 1학년 시기인 8세부터 증가 속도가 확연히 달라진다. 10세 전후로 매해 5,000단어 정도씩 증가한다, 습득 어휘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이른바 어휘 폭발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1년에 5,000단어를 습득하려면 하루에 15단어 정도를 습득해야 한다는 산술적인 계산이 나온다. 실로 엄청난 양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자신의 머릿속에 저장된 어휘만큼만 이해하고 생각하며, 이해하고 생각한 만큼만 느낄 수 있다. '어휘의 한계가 세계의 한계'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이렇듯 중요한 어휘량은 초등학교 시절에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초등학교 1학년은 그 폭발의 시작점이다.

33-34. 영어 유치원을 다녔던 아이들이 어휘력 빈곤에 시달리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보통 영어 유치원에서는 우리말을 쓰지 못한다. 영어 유치원에 다니면 평균 하루에 6시간 정도 우리말을 듣지 못하고 우리말로 말하지 못한다. 1년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수천 시간 동안 우리말을 쓰지 못하는 꼴이다.

42. <습관의 힘>에는 '핵심 습관'이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핵심 습관은 개인의 삶에서 연쇄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습관을 의미한다. 핵심 습관의 가장 좋은 예는 운동이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운동하는 습관이 생기면 삶의 패턴은 획기적으로 바뀌게 된다. 운동을 하면 음식을 절제하게 되고, 담배를 줄이게 되며, 지구력이 향상된다. 또한 충동을 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겨 쇼핑 충동 등도 더 쉽게 억제된다. 운동이라는 핵심 습관이 연쇄 반응을 일으켜 많은 것들을 좋게 변화시키는 셈이다.
by bluemoses | 2017/03/12 18:02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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